상세 보기
초록
이 글은 만주국에서 발표된 시문학을 ‘생산문학’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만주국 문학을 식민지 시기 말기 한국 문학의 한 부류인 생산문학의 한 변이로 해석하였다. 이는 만주국 문학을 한국 문학장 안으로 회수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 우선 최재서와 임화의 생산문학론을 각각 살펴보고, 최재서가 말한생산문학의 재현 양식과 임화가 주장한 생산문학의 존재 양식의 측면에서 만주국의 농촌 배경 시 작품을 분석하였다. 조선의 생산문학은 생산 현장을 소재로 삼아 제국이 국책으로 내세운 생산력주의를 설파하는 작품을 말한다. 하지만 만주국의 경우, 조선인들의 농업 양식인 수전(水田)과 토지 소유권의 인정을 위해 시 작품들이 직접적으로 동원되는 일종의 생산품이었다. 그러므로 생산을 소재로 한 조선과는 달리 만주국의 생산문학은 ‘생산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한편 이때 시 작품은 제국이 설파한 생산력주의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생산력주의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까닭에 다수의 작품이 국책을 옹호하면서, 동시에 전원을 예찬하는 ‘레토릭’에 가까운 엇비슷한 이미지를 환유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이는 자연을 다루면서도, 마치 기계를 제작하는 것과 같이 문학이 공업화되는 병적 양식이라 판단된다. 한편 만주국에서 생산된 문학이 모두 공업화된 문학은 아니었다. 체제와 융화될 수 없는 조선인들의 감정은 잉여의 형태로서 우울이나, 민족 간의 미움과 같은 형식으로 다시 재현되었다. 그러므로 만주국의 시문학은, 국책 이데올로기에 친화적인 양각으로서의 문학과, 그것을 수면 아래서 거대하게 떠받치는 조선인들의 잠복된 불만이 어려있는 음각으로서의 문학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띨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만주국의 문학은 어떤 개인의 비윤리적인 선택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강요하는 악한 구조에 의해 제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키워드
- 제목
- 만주 생산문학 재론 - 만주 시문학의 양각과 음각
- 제목 (타언어)
- Reconsidering Production Literature in Manchukuo
- 저자
- 고재봉
- 발행일
- 2025-12
- 유형
- Y
- 권
- 33
- 호
- 3
- 페이지
- 121 ~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