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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김수영의 「반시론」은 그의 ‘침묵의 시론’과 함께 주체와 대상이라는 구도를 넘어 서는 시론으로 이해되어 왔다. ‘딴 사람’이라는 표현은 주체의 해체보다도 그 이후에 다시 수립한 새로운 주체에 방점이 있는 표현이다. 김수영의 시론은 ‘의미를 안고 들 어가 의미를 구제한다’는 자신의 말처럼, 의미에서 또 다른 의미로, 주체에서 또 다른 주체로의 이동을 강조한다. 이 움직임은 앞선 것을 완전히 전복한다는 점에서 부정 (否定)적 운동이며 한편 부정을 통해 합(合)에 이르지 않고 끝없이 배반을 계속한다 는 점에서는 부정(不定)적이기도 하다. 김수영에게 시를 쓰는 자(시의 예술성)와 시를 논하는 자(시의 현실성)는 공존할 수 없는 관계였기에, ‘딴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곧 시를 논하는 자를 죽여야 하는 일이 었다. 「반시론」 전반에 드러나 있는 ‘너그러움’으로 포괄해 볼 수 있는 정서는 시를 논하는 자신을 죽임으로써 가능해진 초연함, 와선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시인이 주체를 분열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수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고 표 현한 바타유의 문학과 악 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바타유는 문학이 선이 아닌 악에 가까운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바타유에게 시의 본질은 자유에 있으며 그것은 기성 의 질서나 선(善)과 같은 독사(doxa)로부터 벗어남으로써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럼 으로써 시는 독사의 위상을 변화시키고 “인간과 세계의 정체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된다. 바타유에 따르면 질서에 안주하려는 자기 자신까지도 독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과도 대립한다. 바타유는 기성의 질서와의 불화를 근 본적인 문학의 참여로 보고 있으며 그러한 참여는 자기와의 불화까지도 요구한다는 점에서 주체의 죽음, 주체의 비인칭화를 수반한다. 바타유와 김수영 모두에게서 문학 이 가진 전복적 힘은 문학이 가장 자유로울 때에, 바타유의 표현으로는 문학이 악을 따를 때에, 김수영의 표현으로는 문학이 불온할 때에 가장 강력하게 발휘된다. 김수영에게 시는 현실성이라는 한쪽 극단과 예술성이라는 다른 쪽 극단 사이를 오가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적 주체는 죽음을 건너 늘 ‘딴 사람’이 되어서 어느 한쪽 극단에도 머물지 않는 끈질긴 자기 배반을 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김수영에게 시란 현실성과 예술성 어느 한 쪽에만 머무를 수 없는 것이 된다. 이어령이 문학의 자율성 을 지키기 위해 문학과 정치 사이에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김수 영에게 문학의 자율성은 진정한 자유를 향한 출발점에 지나지 않았다. 김수영은 문학 이 정치와 같은 삶의 문제와 구별되지 않는 경지까지 나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정치에 의해 배분된 문학의 공간을 넘어서려는 시도의 하나가 바로 시적 주체를 분열시키는 것이었다.
키워드
- 제목
- 김수영의 비인칭적 시적 주체와 참여시-‘적’, ‘죽음’, ‘딴 사람’과 두 개의 ‘시 무용론’
- 제목 (타언어)
- Kim Soo-young’s Impersonal Poetic Subject and Participatory Poetry-‘Foe’, ‘Death’, ‘Other’, and two ‘Poetry’s uselessness’
- 저자
- 윤승리
- 발행일
- 2024-08
- 유형
- Y
- 권
- 32
- 호
- 2
- 페이지
- 167 ~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