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그림책의 언어 - 흑백 페이지를 중심으로

  • DO YOONJUNG

초록

이수지 작가의 작품은 일반적인 그림책과는 달리 검은색과 흑백을 기조 색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점에 착안하여 이미지, 책의 물성, 약간의 텍스트로 구성된 그의 작품에서 검은 페이지와 흰 페이지, 그리고 흑백이라는 장치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그의 데뷔작이며 추후 작품들의 원천으로 볼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이 암시하듯 루이스 캐럴의 동명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캐럴의 작품에서 주인공이 우연히 빨려 들어가게 되는 ‘이상한 나라’는 이수지의 작품에서 이미지들의 기이한 조합과 변형을 통한 전도와 미자나빔(Mise en abyme)의 혼돈의 세계로 재탄생한다. 여기에서 검은 페이지들과 흰 페이지들이 극장에서의 암전과 조명, 무대 프레임 역할을 하며 그러한 환영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는 동시에 그 환영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작품의 설정 자체에 의문을 갖게 한다. ??검은 새??는 큰 판형의 흑백 페이지들로 구성돼 있다. 검은색이 지배적이거나 흰색이 지배적인 이 페이지들은 주인공인 소녀의 1인칭 텍스트와 함께 내면세계와 감정적 깊이를 가시화한다. 특히 앞뒤면지와 서두와 마지막의 두 페이지는 수미상관을 이루며 이 작품의 선명한 흑백대비와 함께 상상의 내면 여행이라는 서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이미지와 텍스트의 상호보완성이 이를 돕는다. 중앙이 비어있거나 대상이 작게 표현되는 이례적인 페이지 구도는 독자의 상상 속에서 화면의 영역을 확장한다. ??그림자 놀이??는 실체와 그 반사상을 주요 모티프로 하고 있다. 사물의 세계와 그림자의 세계를 아래 위로 나란히 펼쳐 동시에 보여주는 이 작품에서, 맞붙은 한 쌍의 상이한 두 세계가 두 가지 바탕색의 조합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불이 켜진, 실체와 그림자의 세계인 흰-검은 페이지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환상적인 그림자의 세계인 노란-검은 페이지로 바뀌다가 마침내 불 꺼진, 그림자들만의 독립된 세계인 검은 페이지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 속에서 검은 페이지는 정적인 세계에서, 무한히 변신하는 그림자들로 가득 채워진 동적인 세계로 변모한다. 흑, 백, 노랑의 삼원 구도는 실체와 그림자, 조명과 어둠, 위와 아래 등의 위계가 해체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제목
이수지 그림책의 언어 - 흑백 페이지를 중심으로
저자
DO YOONJUNG
학회명
시각과 언어 - 영상, 이미지 그리고 텍스트
개최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트 교수회관 2층 강연실
학회 개최일
2024-11-01 ~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