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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글은 전쟁 기억에서 가해 행위에 대한 인식과 증언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의 하나인 트라우마 증상과 관련하여, 그 표상 불가능성을 극복하는 형식으로서 단카의 역할을 살펴본 것이다. 와타베 료조와 가와구치 쓰네타카의 사례는 트라우마 기억의 주요 특징인 직사성과 지연의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체험된 사건이 그대로 보존된 채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직사적 기억은 짧은 운율 속에 눈앞의 사상을 즉각적으로 포착해내는 단카의 기회시적 특징을 통해 언어화되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수정과 편집, 다시쓰기를 거듭함으로써 전장 체험의 의미를 주체적으로 통합하고 표상해낸 것이다. 이들의 단카에는 포로 학살과 강간, 위안부, 일본군 내부의 가혹 행위까지, 일본이 중국에서 저지른 가해 행위가 세부적 상황 묘사를 통해 신체성을 지닌 기억으로 포착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가혹한 체험을 직시하고 경악과 공포라는 자신의 피해를 가해 행위의 결과로서 이해해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반세기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것은, 가해의 체험이 단순히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위를 명확히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력의 체험을 ‘가해’라는 명백한 사실로 이해하고 주체적인 기억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답변할 수 없는 물음에 대한 오랜 천착이 필요한 것이다. 와타베와 가와구치의 창작 행위는 전쟁 기억의 형성과 전달을 넘어서 그것을 현재의 삶에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 엄격하게 반문하는 성찰의 형식으로서 단카의 역할을 확인해준다.
키워드
- 제목
- 전쟁단카(短歌)와 가해의 기억 - 트라우마 체험의 이해와 성찰의 형식
- 제목 (타언어)
- War Tanka and Memories of Violence and Harm: Forms of Understanding and Reflecting on Traumatic Experiences
- 저자
- 박지영
- 발행일
- 2025-04
- 유형
- Y
- 저널명
- 인문과학
- 권
- 133
- 페이지
- 7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