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권상실선고에 관한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

declaration of deprivation of heirship established by the Ministry of Justice

초록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는 자녀에 대한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양육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자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상속법을 개정하는 것은 피할 수 있는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무부에서는 상속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예고를 하였는데, 그 주된 내용은 상속권상실선고라는 새로운 이름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마련한 상속권상실선고제도는 몇 가지 점에서 검토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된다. 첫째, 개정안 제1004조의2 제1항에 따르면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피상속인은 생전에 상속인이 될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규정은 일본민법 제892조(추정상속인의 폐제)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일본명치민법의 가독상속제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해방 이후 민법전을 제정할 때 일본민법전을 참고하면서도 상속인 폐제에 관한 규정은 계수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굳이 일본에 고유한 제도인 상속인 폐제 제도를 도입해야만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또한 이 규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될 사람과 상속인이 될 사람(많은 경우 부모와 자녀)이 상속권의 상실 여부에 관하여 법원에서 대립하는 당사자로 다투게 될 텐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 사이의 관계는 회복불가능하게 파탄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민법상 추정상속인의 폐제 제도는 일본의 전통에서 유래하는 것이므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인의 정서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사회적 토양이 전무한 우리 사회에 일본 특유의 제도를 갑자기 도입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과 폐해가 우려된다. 둘째, 개정안 제1004조의2 제3항에 의하면 일정한 사유(개정안 제1004조의2 제1항에 규정되어 있는 상속권상실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개시 후 법정상속인의 순위에 포함되는 사람이 상속인의 상속권 상실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는 피상속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법정상속인의 순위에 포함되는 사람의 청구에 의하여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 있는 규정이다. 피상속인이 어느 상속인(상속인이 될 사람)에게 상속권상실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의 상속권을 상실시킬 의사가 있었다면 개정안 제1004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생전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거나 또는 개정안 제1004조의2 제2항에 의하여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하였을 것이다. 만약 피상속인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망했다면 해당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킬 의사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 제1004조의2 제3항은 이러한 경우에 상속에 법률상의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상속권상실선고에 의하여 상속분이 증가할 가능성도 없고, 상속인이 될 가능성도 없는 사람. 예를 들면 법정상속인으로서 자녀들이 있는 경우에 피상속인의 4촌과 같은 사람)까지도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3자의 의사(청구)에 의하여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하게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법의 필요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정한 법정사유에 해당하는 상속인의 상속권을 상실시키겠다는 취지라면 상속결격으로 규정하여 당연히 상속자격을 잃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셋째, 개정안 제1004조의2 제5항에 따르면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상실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해당 상속인은 상속개시 시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게 되지만, 이러한 소급효는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이는 상속인이 상속권상실선고로 인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기 전에 그로부터 상속부동산을 양수한 사람 등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규정인데, 우리 민법체계에 비추어 볼 때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현행 민법 제1004조에 따르면 상속개시 후에 상속인이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경우에는 상속결격자가 되어 상속개시 시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하게 되는데, 해당 상속인이 상속결격자가 되기 전에 그로부터 상속부동산을 양수한 사람은 - 개정안 제1004조의2 제5항의 경우와는 달리 - 보호되지 않는다(즉 진정한 상속인의 상속회복청구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상속개시 후에 상속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해당 상속인의 상속권은 상속개시 시로 소급하여 소멸하지만, 이 경우에는 소급효를 제한하는 단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있는 제3자를 어느 조문에서는 법이 보호하고, 또 다른 조문에서는 법의 보호 밖에 둔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넷째, 개정안 제1004조의3에 의하면 피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 판결이 확정된 후에 용서한 때에는 상속권상실선고는 효력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나 사인(私人)의 의사표시로 확정된 판결의 효력을 잃게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무리한 입법적 시도라고 생각된다. 개정안이 모델로 하는 일본민법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이 있으나(제894조: 추정상속인 폐제의 취소), 상속인 폐제의 효력을 잃게 하려면 가정재판소에 폐제 심판의 취소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상속권상실선고에 관한 법무부 개정안에는 검토와 논의를 거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개정안 제1004조의2 제1항의 사유에 해당하는 상속인(상속인이 될 사람)을 상속에서 배제하고자 하는 기본적인 입법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상속법체계와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그 구체적 실현은 다른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개정안 제1004조의2 제1항의 사유 중 일부는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사유에 편입시키고(그러한 사유에 해당하는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에서 당연히 배제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에 대한 양육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 친권상실선고를 받은 경우 등), 나머지 사유는 유류분상실사유로 규정한다면(예를 들어 피상속인에 대한 심히 부당한 대우 등. 이러한 사유에 있어서는 피상속인의 의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의 입법목적도 실현할 수 있고, 상속법체계와의 조화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disqualification of heirshipdesinheritance of presumed heirforfeiture of the right t to inheritdeprivation of the right to compulsory portionneglect to maintanance상속결격상속인의 폐제상속권상실유류분상실제도부양의무의 해태
제목
상속권상실선고에 관한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
제목 (타언어)
declaration of deprivation of heirship established by the Ministry of Justice
저자
김상용박인환
DOI
10.21759/caulaw.2021.23.1.7
발행일
2021-03
유형
Y
저널명
중앙법학
23
1
페이지
7 ~ 46